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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구조 원리

건물은 왜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흔들릴까? (공진, 고유진동수)

집을읽는사람2026. 9. 17. 20:53

사람 20여 명이 운동을 했을 뿐인데 39층 건물의 고층부에서 흔들림이 느껴졌습니다.

2011년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건물에서 이상 진동이 느껴지면서 사람들이 대피했고, 처음에는 지반이나 바람, 기계설비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진행된 재현실험에서 의외의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12층 피트니스센터에서 23명이 일정한 박자로 단체운동을 하자 높은 층에서 진동이 다시 커진 것입니다.

수십 층짜리 건물을 사람이 뛰어서 흔들었다니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사람의 힘이 건물보다 강했던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힘의 크기보다 그 힘이 반복되는 ‘박자’에 있었습니다.

건물의 고유진동수와 공진으로 진동이 커지는 원리

건물도 저마다 잘 흔들리는 박자가 있다

책상 위의 자 한쪽을 잡고 튕겨보면 자가 일정한 속도로 떨립니다. 길이를 바꾸면 떨리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건물도 비슷합니다.

구조물에는 질량과 강성이 있고, 이 조건에 따라 외부에서 힘을 받은 뒤 특정한 형태와 주기로 진동하려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고유진동수입니다.

쉽게 말하면 구조물이 상대적으로 잘 반응하는 고유한 진동 특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반복해서 들어오는 힘의 주파수가 구조물의 고유진동 특성과 가까워지면 진동 응답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진입니다.

그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 번 아주 세게 미는 것보다 그네가 되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작은 힘을 반복해서 주는 편이 흔들림을 키우기 쉽습니다.

공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힘이 크냐 작으냐가 아니라 반복되는 힘과 구조물의 진동 특성이 어떻게 만나는가입니다.

23명이 어떻게 39층 건물에 진동을 만들었을까?

강변 테크노마트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1년 7월 건물 고층부에서 이상 진동이 느껴진 뒤 여러 원인이 검토됐습니다. 이후 12층 피트니스센터의 집단운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공개 재현실험도 진행됐습니다.

실험에서는 23명이 건물의 수직방향 고유진동수와 가까운 2.7Hz, 즉 1초에 약 2.7회의 박자에 맞춰 단체운동을 했습니다.

그러자 38층에서 평상시보다 훨씬 큰 진동이 계측됐습니다. 이후 관련 연구에서도 건물의 전체 수직 진동모드와 집단운동에서 발생한 주기적인 힘이 가까워지면서 공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3명이 만들어낸 힘 하나하나가 거대한 건물을 직접 움직일 만큼 컸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슷한 박자의 힘이 반복적으로 작용하면서 특정 진동모드의 응답이 커진 것입니다.

실제로 재현실험에서는 고층부에서 진동이 뚜렷하게 관측됐지만,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주요 골조의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즉, 사람이 느낄 만큼 건물이 흔들렸다는 것과 건물이 곧 붕괴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든 건물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공진은 테크노마트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현상이 아닙니다. 건물과 교량, 기계처럼 진동할 수 있는 구조물이라면 고유한 동적 특성을 갖습니다.

건물에 반복적인 힘을 만드는 원인도 다양합니다.

사람들이 같은 박자로 뛰거나 움직일 수도 있고, 회전하는 기계가 일정한 진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높은 건물에서는 바람에 의해 반복적인 진동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지진이 발생하면 넓은 주파수 성분을 가진 지반운동에 의해 구조물이 여러 형태로 반응합니다.

다만 “외부 진동수와 건물 고유진동수가 같으면 무조건 위험한 공진이 발생한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실제 건물의 진동 응답은 질량과 강성뿐 아니라 감쇠, 구조형식, 힘이 가해지는 위치와 방향, 가진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 자체에도 진동을 줄이는 감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에너지가 끝없이 쌓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공진은 ‘주파수가 같으면 바로 붕괴하는 현상’이라기보다, 특정 조건에서 구조물의 진동 응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건물이 흔들린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

건물의 진동을 이야기할 때 구조 안전과 함께 봐야 하는 것이 사용성입니다.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안전하더라도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면 어지럽거나 불안할 수 있고, 업무나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테크노마트 사례도 이 차이를 보여줍니다. 당시 재현실험에서는 사람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진동이 관측됐지만,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주요 구조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2022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업무동에서 발생한 진동 역시 비슷한 점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이 재현실험과 계측을 진행했고, 여러 층에서 발생한 반복적인 움직임에 따른 공진으로 바닥판에 미세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발표에서는 구조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설명됐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흔들림을 느꼈다는 사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건축에서는 ‘무너지지 않는가’뿐 아니라 사람이 생활하기에 진동이 과도하지 않은가도 중요한 설계 조건이 됩니다.

그렇다면 건물의 흔들림은 어떻게 줄일까?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구조물의 강성과 질량을 조정하면 고유진동 특성이 달라질 수 있고, 구조 자체의 감쇠 능력을 높이거나 별도의 제진장치를 이용해 진동 응답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높은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장치가 동조질량감쇠기(TMD)입니다.

건물 내부에 별도의 질량체를 설치하고 그 움직임을 구조물의 진동 특성에 맞게 조정해 특정 진동에 대한 건물의 응답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흔히 “건물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추가 왼쪽으로 움직여 상쇄한다”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원리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질량체의 질량과 강성, 감쇠 특성을 목표 진동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주 구조물의 진동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응답을 줄이는 것입니다.

또 모든 진동 문제를 감쇠기 하나로 해결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동의 원인이 사람의 반복적인 동작이라면 사용방식을 조정할 수도 있고, 기계가 원인이라면 방진이나 기계설비 대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중요한 초고층 건물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풍하중과 풍진동을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풍동실험 등을 통해 건물의 응답을 검토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건물이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것’보다 어떤 힘에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예측하고 그 응답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제어하는 것입니다.

작은 힘이 큰 건물을 흔든 진짜 이유

강변 테크노마트 사건을 처음 접하면 “사람 23명이 39층 건물을 흔들었다”는 사실에 가장 눈길이 갑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의 힘이 얼마나 컸느냐가 아닙니다.

건물도 정지해 있는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질량과 강성, 감쇠를 가진 구조물이고 외부의 힘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바람이 불고, 지진이 발생하고, 기계가 작동하고,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에도 건물은 계속 작은 진동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반복적인 힘이라도 구조물이 잘 반응하는 박자와 만나면 예상보다 큰 움직임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물이 흔들리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강한 힘을 받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박자로 힘을 받았는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대한건축학회, 「서울시 광진구 테크노마트 건축물 진동원인 규명조사 및 대책수립 연구 최종보고서」 (2011), 서울신문, 12층 헬스장서 뛰자 38층 진동계측기 ‘요동’ (2011.7.20), 세계일보, ‘태보 운동’ 따른 공진 판명 (2012.2.14), SBS Star, 성수동 사옥 진동 관련 전문가 결론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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