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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왜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로 지을까?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보면 한동안은 철근만 잔뜩 보이다가 어느 순간 콘크리트 벽과 바닥이 생겨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다시 보면 어느새 한두 층이 더 올라가 있죠.

현장에서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한 모습인데, 생각해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왜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지을까요?

철근콘크리트 아파트 사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재료는 철근콘크리트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철골도 있고 목재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유독 철근콘크리트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유가 조금 더 있습니다.

 

1. 아파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완성된 아파트를 보면 외벽과 창문만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무게를 생각해 보면 상당합니다.

콘크리트 벽과 바닥 자체의 무게가 있고, 각 세대의 가구와 가전제품,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생기는 무게도 있습니다. 수십 층짜리 아파트라면 아래쪽 구조체가 받아야 하는 하중은 더 커지겠죠.

그런데 건물이 받는 힘이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건물에는 옆으로 미는 힘이 생기고 지진이 발생해도 평소와는 다른 방향의 힘을 받게 됩니다.

이럴 때 철근과 콘크리트가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에 강하고 철근은 콘크리트가 상대적으로 약한 잡아당기는 힘을 보완합니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붓기 전 철근이 설치된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철근이 가로세로로 지나가기도 하고 벽과 기둥, 바닥마다 배치되는 모습도 다릅니다.

처음 보면 그냥 철근을 많이 넣어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근은 구조설계에 따라 필요한 위치에 들어갑니다. 결국 철근콘크리트는 단순히 단단한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들어오는 여러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과 콘크리트가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구조라고 보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2. 많은 사람이 함께 사는 건물에 잘 맞습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한 건물 안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튼튼하게 짓는 것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화재도 고려해야 하고 옆집이나 위아래 세대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콘크리트가 가진 장점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자체는 불에 타는 재료가 아닙니다. 또 구조체 안에 들어 있는 철근을 콘크리트가 감싸고 있어서 철근이 화재의 높은 온도에 바로 노출되는 것을 늦춰주는 역할도 합니다.

소음도 비슷합니다.

현장에서 방음 관련 일을 하다 보면 흔히 "벽이 콘크리트니까 소리가 안 들리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콘크리트처럼 무겁고 밀도가 높은 벽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를 막는 데 유리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의자를 끄는 소리나 아이들이 뛰는 소리처럼 바닥에 직접 충격을 주는 소리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소리는 콘크리트 구조체 자체를 타고 다른 공간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근콘크리트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조용한 것은 아닙니다.

벽과 바닥의 두께뿐 아니라 구조와 마감, 시공 상태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아파트 층간소음은 어떻게 전달될까?'에서 따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3. 아파트를 짓는 방식과도 잘 맞습니다

아파트 골조 현장을 한동안 지켜보면 비슷한 작업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철근을 설치하고, 거푸집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타설 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 위층에서 비슷한 작업이 시작됩니다.

아파트는 한 층마다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건물이 아니라 비슷한 형태의 세대와 층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근콘크리트 공법은 이런 건물을 짓기에 꽤 잘 맞습니다.

거푸집으로 벽과 바닥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철근을 배치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하나의 구조체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물론 콘크리트를 붓기만 하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날씨도 상당히 신경 씁니다. 특히 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콘크리트 품질을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타설 후에도 콘크리트가 필요한 강도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생입니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아파트가 금방금방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철근 배근부터 거푸집, 타설, 양생까지 여러 공정이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집을 알면, 집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철근을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벽지를 뜯는다고 철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바닥 마감재 아래에서도 쉽게 볼 수 없죠. 이미 콘크리트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파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철근이 얽혀 있고, 그 주변을 거푸집으로 막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콘크리트가 들어가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벽과 바닥이 만들어집니다.

튼튼한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건물에 필요한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반복되는 아파트 시공 방식에도 잘 맞는 것.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철근콘크리트가 많이 사용되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습니다.

다음에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지나가게 된다면 완성된 건물만 보지 말고 골조가 올라가는 모습도 한번 보세요.

어제까지 철근이 보이던 곳이 어느 날 콘크리트 벽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아파트에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집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