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는 왜 거울이 있을까? (휠체어, 공간감, 접근성)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저도 모르게 거울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머리를 한번 확인하기도 하고, 뒤에 누가 타고 있는지 슬쩍 보기도 합니다.
너무 익숙해서 그동안은 거울도 엘리베이터 인테리어의 일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거울을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 있는 사람에게는 얼굴이 보이는 거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등 뒤의 출입문을 보는 장치가 됩니다.

서 있는 사람에게는 시선을 둘 곳이 된다
엘리베이터는 조금 특이한 공간입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 함께 서 있지만 서로 마주 보고 있기는 어색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층수 표시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꺼내고, 거울을 바라보게 됩니다.
거울은 이 좁은 공간에 시각적인 깊이도 더합니다. 실제 승강기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반사된 공간이 이어져 보이면서 벽으로 꽉 막힌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엘리베이터 거울을 체감시간이나 좁은 공간의 심리와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창기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 때문에 거울을 처음 달았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를 엘리베이터 거울의 확정된 역사적 기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거울이 공간을 다르게 느끼게 하고 시선을 분산시키는 기능과, 거울이 처음 설치된 역사적 이유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휠체어에 앉으면 같은 거울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번에는 시선을 조금 낮춰보겠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면 카 내부에서 자유롭게 방향을 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내부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들어온 방향을 향해 다시 몸을 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뒤로 나가야 한다면 등 뒤에 있는 문이 열렸는지, 출입구 앞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후면의 거울이 시야를 만들어줍니다.
앞을 보고 있어도 거울을 통해 뒤쪽 출입문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울이 이동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돌리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던 방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접근성 기준에도 거울이 등장한다
이 기능은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습니다.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승강기에는 내부 후면에서 출입문의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거울 등을 두는 기준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표현이 중요한데, 목적은 ‘사람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뒤쪽 출입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 모든 엘리베이터에 똑같은 거울을 반드시 붙여야 한다고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승강기 내부 공간이나 적용되는 시설 기준에 따라 조건과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엘리베이터에는 뒷벽 대부분을 차지하는 큰 거울이 있고, 어떤 곳에는 일부만 거울로 되어 있으며, 거울이 없는 승강기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타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같은 거울이라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는 또 다르게 보입니다.
성인은 몸을 돌려 주변을 확인하기 쉽지만 키가 작은 아이나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람들 사이에 가려진 공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거울은 직접 바라보는 방향 밖의 모습까지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좁은 승강기 안에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두고 거울이 범죄를 막는 장치라거나 모든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울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시야를 넓혀주는 것입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만 바뀌었을 뿐인데
엘리베이터 거울을 외모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생각했을 때는 편리한 인테리어처럼 보였습니다.
좁은 공간이 답답한 사람에게는 공간을 조금 다르게 느끼게 하는 표면이 되고, 뒤를 돌아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출입문을 확인하는 시야가 됩니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왜 승강기 접근성 기준에서 후면의 거울 같은 장치가 중요하게 다뤄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그대로이고 거울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조건뿐입니다.
평소 너무 익숙해서 장식이라고 생각했던 거울도 다른 사람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기능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출처: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1]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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