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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에는 왜 철근을 넣을까?
건설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 철근이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너무 익숙한 모습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저렇게 단단한 콘크리트 안에 왜 굳이 철근을 넣는 걸까?

보통은 '건물을 튼튼하게 만들려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철근콘크리트에는 꽤 재미있는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콘크리트와 철근은 둘 다 튼튼한 재료지만 잘 버티는 힘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합니다.
1. 콘크리트는 단단하지만 모든 힘에 강한 것은 아닙니다
콘크리트를 직접 보면 정말 단단합니다. 그래서 콘크리트라면 웬만한 힘에는 다 버틸 것 같지만 의외로 분명한 약점이 있습니다.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잡아당기는 힘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긴 콘크리트 판의 양쪽 끝을 받쳐놓고 가운데를 아래로 누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판이 휘면서 윗부분은 눌리고 아랫부분은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는 힘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위쪽에 생기는 힘이 압축력, 아래쪽에 생기는 힘이 인장력입니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을 잘 견디지만 인장력에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만으로 이런 힘을 계속 받으면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건물은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여러 가지 힘을 받고 있습니다. 건물 자체의 무게도 있고 사람과 가구의 무게도 있습니다. 여기에 바람이나 진동처럼 우리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힘도 작용합니다.
그래서 콘크리트의 장점은 살리면서 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철근입니다.
2. 콘크리트와 철근은 서로의 약점을 채워줍니다
철근은 콘크리트가 상대적으로 약한 잡아당기는 힘, 즉 인장력을 견디는 데 강합니다.
그래서 콘크리트가 압축력을 담당하고 철근이 인장력을 보완하도록 두 재료를 하나로 묶어 사용하는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듣는 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RC)입니다.
현장에서 철근을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매끈하지 않습니다. 마디처럼 울퉁불퉁한 돌기가 계속 나 있는데요. 이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굳었을 때 철근과 잘 맞물려 힘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온도가 변할 때 늘어나고 줄어드는 정도가 비교적 비슷합니다. 만약 두 재료의 열에 따른 움직임이 크게 달랐다면 여름과 겨울의 온도 변화가 반복될 때 서로 다른 움직임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쉬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 둘은 함께 구조체를 이루기에 상당히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철근콘크리트의 핵심은 '강한 재료 + 강한 재료'가 아닙니다.
서로 잘하는 일이 다른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것.
이게 철근콘크리트의 중요한 원리입니다.
3. 그렇다면 철근은 많이 넣을수록 좋을까요?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철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냥 많이 넣으면 더 튼튼한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전에는 철근이 설계대로 시공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때 단순히 '철근이 많이 들어갔는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철근의 굵기와 개수는 맞는지, 간격은 적절한지, 필요한 위치에 제대로 배치됐는지, 이음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콘크리트 피복 두께는 확보됐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철근이 워낙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이 정도면 튼튼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눈으로 보기에 철근이 많아 보이는지가 아닙니다.
철근 사이에는 콘크리트가 제대로 들어가야 하고 철근 바깥쪽에는 철근을 보호할 수 있는 일정한 콘크리트 두께도 필요합니다. 철근을 무작정 많이 넣으면 오히려 콘크리트가 철근 사이를 충분히 채우기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철근의 양이 아니라 설계된 철근이 설계된 위치에 제대로 시공되는 것입니다.
집을 알면, 집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아파트는 겉으로 보면 그냥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콘크리트와 수많은 철근이 함께 힘을 나누어 받고 있습니다.
누르는 힘에는 콘크리트가 버티고, 잡아당기는 힘에는 철근이 힘을 보탭니다.
서로 다른 두 재료의 장점을 이용해 하나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죠.
다음에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가 콘크리트를 붓기 전 촘촘하게 설치된 철근을 보게 된다면 한 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예전에는 그냥 철근 덩어리로 보였다면 이제는
"아, 저 철근에도 들어가는 위치와 이유가 있구나."
하고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알아가는 집의 원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