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은 어떻게 전기요금을 줄일까? (재실감지, 냉난방제어, 대기전력)
스마트홈 기기를 달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이상했습니다.
센서도 전기를 쓰고, 허브도 계속 켜져 있고, 스마트 플러그도 콘센트에 꽂혀 있어야 합니다. 전기를 쓰는 기기를 더 설치했는데 어떻게 전기를 절약한다는 걸까요?
직접 몇 가지 자동화를 사용해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스마트홈의 절약은 기기 하나하나가 전기를 덜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필요 없는 순간에도 에너지를 계속 쓰는 시간을 찾아 줄이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나갔는데 방은 아직 사용 중이다
방에서 나온 뒤 조명을 끄지 않았거나, 외출하면서 냉난방 설정을 그대로 둔 적이 있습니다.
이런 낭비는 기기의 효율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기를 더 이상 사용할 사람이 없는데도 작동이 계속되는 시간 때문에 생깁니다.
재실감지는 이 시간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센서나 다른 재실 판단 수단을 이용해 공간의 사용 여부를 파악하고, 조건에 따라 조명이나 냉난방 같은 연결된 설비의 운전 상태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센서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채는 것도 아닙니다. PIR 센서는 주로 사람의 움직임에 따른 적외선 변화를 감지하고, 일부 레이더 기반 센서는 작은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위치정보 등을 이용해 집 전체의 외출·귀가 상태를 판단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어떤 센서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무엇을 제어하느냐입니다.
시원해진 뒤에도 에어컨은 계속 일한다
냉난방에서는 낭비되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더워서 냉방을 강하게 설정한 뒤 그대로 두거나, 외출했는데 평소와 같은 설정으로 냉난방이 계속되는 경우입니다.
스마트 온도조절이나 자동화는 일정, 실내온도, 재실 여부 등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설정을 변경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어컨이나 난방을 무조건 자주 껐다 켜는 것이 아닙니다.
냉난방설비의 종류와 주택의 단열성능, 외기조건, 거주패턴에 따라 적절한 운전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화의 목적은 필요 없는 시간까지 같은 조건으로 운전하는 일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면 모든 집에서 전기요금이나 난방비가 일정 비율만큼 줄어든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집과 외출 중에도 냉난방을 자주 방치하던 집의 절감 여지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꺼진 줄 알았던 기기도 조금씩 전기를 쓴다

스마트 플러그를 사용하면서는 또 다른 종류의 시간을 보게 됐습니다.
겉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일부 전자기기는 대기상태에서 전력을 소비합니다. 스마트 플러그 중에는 연결된 기기의 소비전력을 확인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집 안의 모든 콘센트에 스마트 플러그를 꽂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스마트 플러그 역시 통신과 제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사용합니다. 원래 대기전력이 매우 작은 기기라면 추가 장치를 설치해 얻는 절감량도 작을 수 있습니다.
또 냉장고처럼 계속 전원이 공급되어야 하는 기기나 전원이 차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장비를 단순한 절전 목적으로 임의 차단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전력 측정 기능이 있다면 먼저 실제 사용량을 살펴본 뒤 불필요한 소비가 확인되는 기기에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자동화 하나를 잘못 만들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자동화는 사람이 놓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움직임만 감지하는 센서를 사용한다면 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냉난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출했다고 무조건 전원을 끄는 규칙보다 주택과 설비 특성에 맞춰 설정온도를 조정하는 편이 적합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욕실에서 습도에 따라 환풍기가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해 봤는데, 이런 자동화도 특정 습도 숫자 하나가 모든 집의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센서 위치와 평소 습도, 환기 성능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자동화에서 중요한 것은 규칙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맞지 않는 동작이 없는지 확인하면서 조정하는 것입니다.
절약할 곳은 기기 목록보다 시간표에서 먼저 보인다
스마트홈을 구성한다면 저는 기기를 먼저 고르기보다 하루 동안 집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부터 살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조명이 오래 켜져 있는지, 외출한 뒤에도 냉난방이 평소 설정으로 유지되는지, 사용하지 않는 기기가 오랫동안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거의 없다면 자동화 장치를 추가해도 절약할 수 있는 양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놓치는 시간이 발견된다면 그 지점은 자동화가 개입하기 좋은 곳이 됩니다.
센서와 스마트 플러그에도 전기가 필요하다는 처음의 의문은 그래서 틀린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스마트 기기를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가 아니었습니다. 그 기기가 소비하는 전력보다, 사람이 놓치던 낭비를 얼마나 줄여주느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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