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 옆집 벽을 부술 수 있게 만든 이유 (경량 칸막이, 화재대피)
아파트 발코니 끝에서 옆집과 맞닿은 벽을 두드려보면 유난히 소리가 가볍게 울리는 곳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벽처럼 묵직하지 않고 속이 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대와 세대를 나누는 벽이라면 오히려 더 튼튼해야 할 것 같은데, 왜 일부러 약한 벽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이 벽은 부실하게 만든 벽이 아닙니다. 일부 아파트 발코니에 설치되는 경량구조의 경계벽은 화재 등으로 현관을 통한 피난이 어려워졌을 때 인접 세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파괴하기 쉽게 만든 피난 구조입니다. 평소에는 벽이지만, 비상시에는 길이 되는 셈입니다.

왜 옆집과 맞닿은 벽을 일부러 약하게 만들었을까?
아파트에서 밖으로 나가는 가장 익숙한 길은 현관입니다. 하지만 화재 위치나 연기의 확산 상황에 따라 현관 방향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평상시와 다른 피난 방법이 필요한 이유는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되는 이유에서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소부터 옆집과 통하는 문을 만들어 둘 수도 없습니다. 세대 간 사생활과 방범, 소음 문제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방법 중 하나가 발코니의 세대 간 경계벽 일부를 비상시에 파괴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입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공동주택 3층 이상 층의 발코니에 세대 간 경계벽을 설치하는 경우, 화재 등에 피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피난구를 설치하거나 경계벽을 파괴하기 쉬운 경량구조 등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1992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도입됐습니다.
중요한 건 모든 아파트의 발코니 벽이 이런 구조는 아닙니다. 건축 시기와 설계, 발코니 구조에 따라 경량 경계벽 대신 다른 피난시설이 적용된 아파트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벽은 약하게 지은 벽이 아니라 필요할 때 파괴할 수 있도록 목적을 가지고 설계한 벽입니다.
경량 칸막이는 어떻게 피난로가 될까?
경량 칸막이가 설치된 곳은 평소에는 일반 벽처럼 보입니다. 마감까지 되어 있으면 처음 보는 사람은 피난시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해당 부분을 파괴해 인접 세대의 발코니 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경량 칸막이 주변에는 물건을 쌓아 통로를 막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예전 집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발코니를 사실상 창고처럼 사용했습니다. 경량 칸막이 앞에 물건을 두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화재가 난 뒤에야 수납장이나 김치냉장고를 옮기려고 하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피난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벽이라면 평소에도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 현재 관련 규정에는 피난구나 경량구조를 적용한 경우 이를 알리는 표지 등을 식별하기 쉬운 위치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래된 아파트나 구조가 다른 아파트라면 표시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관리사무소나 건축 관련 자료를 통해 우리 집에 어떤 피난시설이 적용돼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에는 왜 대피공간도 있을까?
아파트의 피난 방식은 경량칸막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건축법령에서는 4층 이상 아파트에서 각 세대가 2개 이상의 직통계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코니에 대피공간을 설치해야 합니다.
대피공간은 화재 때 바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과 연기로부터 일정 시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구획한 공간입니다. 바깥공기와 접하고 실내의 다른 부분과 방화구획되어야 하며, 바닥면적도 세대별로 설치하는 경우 2㎡ 이상, 인접 세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3㎡ 이상이어야 합니다. 출입문 역시 법령에서 정한 성능의 방화문을 사용합니다.
다만 4층 이상이라고 해서 모든 아파트에 똑같은 대피공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코니와 인접 세대 사이의 경계벽이 파괴하기 쉬운 경량구조인 경우, 경계벽에 피난구가 있는 경우, 발코니 바닥에 하향식 피난구가 설치된 경우 등 법령에서 정한 대체 피난구조를 갖추면 별도의 대피공간을 설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아파트에는 경량칸막이가 있고, 어떤 아파트에는 작은 대피공간이 있으며, 또 어떤 곳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하향식 피난구가 있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집에 어떤 피난시설이 있는지를 미리 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집 경량 칸막이, 한 번은 확인해두자
경량 칸막이는 평생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존재 자체를 잊기 쉽습니다.
저도 이 구조를 알고 난 뒤 발코니 끝의 벽이 전과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단순히 얇은 벽 하나가 아니라 현관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피난 경로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벽을 두드렸을 때 소리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뜯거나 파손해서 확인해서는 안 됩니다. 경량 칸막이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표시를 살펴보고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경량 칸막이가 확인됐다면 그다음은 간단합니다. 위치를 가족과 함께 알아두고, 앞을 무거운 수납장이나 많은 짐으로 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벽이 특별한 이유는 정말 필요한 순간에 부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이 벽이 특별하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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